그렇다면 이 넓은 교회 청소는 누가 할까? 한 번쯤은 던져 보았을 법한 질문이다. 일부 대형교회에서는 청소 대행업체를 이용하거나 청소부를 고용하기도 한다고 하는데, 우리교회는 어떻게 청소를 하길래 이렇게 깨끗할 수 있는 걸까?
갑자기 사람이 사라진다
교회를 걷다가 대화 상대의 얼굴이 수시로 사라지는 경험은 평강인이라면 누구나 해 보았을 것이다. 대화를 나누며 걷다가 교회 안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는 것이 보이면 허리를 굽히기 때문에 사람의 얼굴이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하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된다.
그만큼 쓰레기만 보면 자석처럼 손을 움직이는 평강의 전자동 시스템이 교회가 깨끗한 이유중의 하나가 된다.
휴대용 검은 비닐 봉지
교회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 당황하는 일 중 하나는 바로 휴지통이 안 보인다는 것. 간식거리를 사 먹거나, 사용한 휴지를 버리려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 흔한 휴지통 하나를 구경할 수 없다. 특히 야베스 성전에서 예배를 드리는 영아부와 유치부에 오는 부모님들의 가방에는 또 하나의 휴대용 가방이 들어가 있다. 바로 검은 비닐 봉지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쓰레기는 스스로 치운다는 철학(?)을 가르쳐 주는 목사님을의 청결한 신앙관이 어머니들이 검은 비닐봉지를 준비하게 했고, 아이들 역시 자신들이 먹은 과자 봉지나 우유 빈 통 등을 엄마에게 가져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아이가 채웠던 기저귀 역시 세 개가 나오면 세 개, 네 개가 나오면 네 개 모두 소중한 보물을 채우듯이 꽁꽁 싸서 집으로 가져간다. 아이와 함께 가져온 짐 보따리가 교회에 올 때보다 갈 때 더 커지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이 야베스 성전이다. 아이들은 엄마의 그런 귀한 모습을 보면서, 성전을 우리 손으로 귀하게 아끼는 법을 배워 가고 있다.
주일, 청소는 우리가 맡는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복 받은 날 주일. 1부예배만 드리거나, 2부예배까지만 드린 다음 식사 후 집으로 발길을 옮기는 사람은 절대로 볼 수 없는 풍경이 있다. 각 화장실마다 뿌려지는 물 소리와 쓱싹 쓱싹 솔질 하는 소리, 그리고 이것저것 다 섞여 있는 휴지를 분리하는 모습니다. 각 기관별로 사용하는 곳에서는 분리수거가 되지만 미쳐 마무리되지 못한 쓰레기를 종류별로, 성분별로 나누는 작업이 시작된다. 쓰레기통의 쓰레기를 모아 모아 한 곳에서 쫙 펼쳐 놓으면 알루미늄 캔, 우유곽, 폐지, 휴지, 그리고 정말 버려야 하는 쓰레기로 분리할 것들이 눈에서 가늠된다. 그냥 버리면 쓰레기지만 분리하면 자원이 돼 지구도 살리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 작업. 화장실 옆에 있는 기관에서 교사를 하는 것이 복이라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야베스 성전의 화장실의 쓰레기 분리수거도 영아부와 유치부 선생님들이 담당한다.
주일에 아이들과 예배를 드리고, 2부예배를 마친 후 점심 식사, 그리고 3부예배까지 드린 다음 성가대 연습까지 마치면 좀 한가해지는데, 그 짬도 버리지 않고 화장실 청소와 쓰레기 분리수거에 두 팔 걷고 달려든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화장실 청소를 해 보았을까. 성전에서 냄새가 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성전인 우리 몸을 깔끔하게 정돈하는 것처럼 선생님들의 재기 넘치는 손도 그래서 항상 바쁘다.
평강제일교회에 봄이 만개했다. 봄을 맞이하는 성도의 준비 자세. 지난 부활주일 이후 평강동산의 각 성전과 기관마다 봄맞이 대청소를 실시했다. 많은 성도들이 걸레와 빗자루를 들고 겨울의 묶은 때를 벗겨 내면서 신앙의 마음을 다시 가다듬었다.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과 함께 거닐 수 있는 평강의 봄은 항상 경쾌하고 상쾌하다.
글 _ 강명선 기자
인터뷰
성전 곳곳을 청소하는 숨은 손들이 있다.
언제 어느 곳이든지 청소하는 그 귀한 손들이 예배시간에, 그리고 우리의 영혼에 은혜를 끼친다
중등부 교사인 강영자 권사는 지난 2006년부터 새벽예배 반주를 담당하게 됐다. 당시 목사님께서 새벽예배를 인도하시면서 강대상에 먼지가 쌓여 있다는 것과 성전 청소를 하는 사람이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때, 내가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예배를 드리기 전에 깨끗이 해야 하는데, 언제 할까 생각하다가 새벽 3시에 먼저 와서 청소를 하게 됐죠.”
하지만, 성전 청소라는 게 어디 그렇게 수월한가. 강대상 청소를 했더니 목사님 준비실이 보이고, 준비실을 청소했더니 책상과 소파의 먼지도 보이더란다. 그래서 거울, 피아노까지 닦고 닦은 후 슬리퍼까지 정리하게 됐다. 이렇게 청소하기 위해 필요한 걸레는 5장. 직접 깨끗하게 빨아서 준비해 간 걸레로 구별해 청소를 마치면 산으로 기도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5시에 새벽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간다.
“저는 청소가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청소 때문에 새벽예배도 빠지지 않게 되고, 그 나라 갈 때까지 청소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청소를 하고 나니 먼저 기분이 좋고, 또 그렇게 청소할 수 있게 해 주심에 감사드리게 된다는 강영자 권사. 날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청소하는, 작은 일에 충성하는 것을 하나님도 기쁘시게 받고 계신다. 올해 79세의 김순희 권사님(제 4대 교구), 교회 잔디밭에서 호미와 자루를 가지고 열심히 무엇인가 손놀림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교회 구석 구석 땅위로 꿈틀대던 모든 잡초들은 권사님 손에 잡혀 뽑혀진다. 30년 가까이 이렇듯 땀 흘리는 봉사를 하셨는데, 아침 일찍 나와 오후 늦게까지 식사할 겨를도 없이 풀을 뽑고 간 일도 있다고 한다. “힘드시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에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 청춘이라고 하시며 너털웃음을 짓는 권사님에게 행복이 넘친다.
새로운 기도처 여주 평강제일교회의 화장실 탱크를 청소하는 손길도 있다. 여주 자원 봉사자들은 뒷처리를 강조하는 교회의 철학에 맞춰 어느 곳 하나 허투르게 청소하지 않는다. 특히나 화장실 탱크를 청소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하는데, 직장일 때문에 여주에 봉사를 한 번도 가지 못했던 하찬영 그루터기는 은혜로운 경험을 했다고 전한다. 오물 한 덩이를 치워도 한 치의 오염도 허락하지 않는 교회다운 정결함에 또 다른 감사를 하게 됐다고 한다.
교회를 청소하시고 수리하시는 교역자들
교역자들의 하루 일과는 교회 청소와 성전 수리부터 시작된다.
교회 구석구석 낙엽들과 먼지들을 쓸고 닦고 성전들을 돌아보는 가운데 배수로는 막히지 않았는지, 말씀과 기도로 교회를 지키는 초소들은 괜찮은지, 성전 손잡이는 괜찮은지, 쓰레기를 하나하나 분리하시며 정리하시는 등 하나 하나 내 몸 같이 돌아보는 가운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이 흘러내리면서 온마음과 정신이 맑아진다.
전도사님들의 손에 쥐어진 걸레와 빗자루, 목사님들의 손에 쥐어진 망치와 장갑 등을 보면 겸손의 도를 몸소 보여주신 예수님의 행적이 떠오른다. 그렇게 살아가기를 기도하며 성도들을 이끌어 가는 교역자들의 선행 속에 그리스도의 향기가 전해지는 것이다.
매주일 교회 청소 / 진금숙 집사(미스바 성가대)
부산지교회에서 올라와서 교회 근처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집이 가깝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회 청소를 자주 하게 되었고, 그것이 사명이 되어 10년째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토요일 오후 2시에 시작해서 2시간 정도 교회 마당을 쓸고 예배를 드립니다. 그리고 주일 3부예배를 드리고 난 뒤부터 시작하여 2시간 정도 하수구나 배수로에 쌓인 낙엽들을 청소 합니다. 청소시간은 저에게 기도하는 시간이 되었고, 영으로 마음으로 회개하면서 말씀의 빗자루로 내 마음을 쓸고, 닦습니다. 예수님의 몸이 성전이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을 섬기듯이 교회를 사랑하고 섬기는 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합니다.
그래서 가끔 교회 마당 청소를 못하게 될 경우(비가 오거나 눈이 많이 내릴 때) 몸이 개운하지 않고 더 아픈것 같습니다. 가장 행복하고 기쁜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 교회 청소 시간... 하늘나라 가기까지 쭉~이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여주 화장실 탱크청소/ 하찬영(청년2부 그루터기)
작업장에 도착하자 목사님께서 설명을 하시길, 맨홀뚜껑(흔히 거리에서 볼수있는)을 열고 그안에 들어가서 쌓여있는 돌덩이들을 모조리 옮기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그런가 보다’ 했는데 막상 들어가려고 어두컴컴한 구멍 밑을 살펴보니 겁도 좀 나고 수북히 쌓인 돌의 양에 ‘저걸 언제다 치우나’ 하는 생각에 까마득하더군요.